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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 (CURE, 1997)Movie/Review 2023. 10. 8. 23:53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야쿠쇼 코시 주연의 [큐어]를 봤다. 클래식한 스릴러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공포 스릴러였다. 평범한 일반인이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스토리가 음산한 분위기의 연출과 어우러져 깜짝 놀라는 장면이 없어도 충분히 공포스럽다. 타카베와 마미야의 대립을 보면서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가 떠올랐다. 어릴 적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두 인물이지만 한쪽은 질서와 이성을, 다른 쪽은 혼돈과 본능을 추구하는 모습이 꼭 닮았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의 결말은 배트맨이 조커가 되는 셈이다. 썩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특히 후반부에 주인공이 새로운 전도사가 되는 결말은 이를 암시하는 장면들을 순차로 나열했을 뿐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영화 리뷰를 봐야만 온전히 납득할 수 있는 점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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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터리 2 (Murder Mystery 2, 2023)Movie/Review 2023. 10. 2. 00:48
아담 샌들러,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머더 미스터리 2]를 봤다. 전편에 비해 스케일이 좀 더 커졌다. 전편이 이탈리아였다면 이번엔 파리다. 거기에 마크 스트롱과 멜라니 로랑을 캐스팅해서 약간의 무게감을 더했다. 멜라니 로랑을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2013년에 개봉한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전작보단 살짝 아쉽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다. 3편이 나오면 볼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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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썬 (Aftersun, 2022)Movie/Review 2023. 9. 30. 21:19
[애프터썬]을 봤다. 전반적으로 시간이 지나 바래버린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모호함이 가득한 작품이다. 부녀 관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아버지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지루한 전개 가운데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장면만으로 유추해야 하는 형식이 썩 유쾌하지 않다. 그냥 속 시원히 알려주기엔 스토리에 자신이 없는 건가 싶다. 마지막 10분을 위해 92분 동안 이어지는 부녀간의 현실적인 바캉스를 보고 있기엔 결말이 별 재미가 없다. 딸 혹은 아버지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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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로맨스 (2023)Movie/Review 2023. 9. 29. 22:24
이선균, 이하늬 주연의 [킬링 로맨스]를 봤다. 각본을 중시하는 관객에겐 절대 좋은 평가가 나올 수 없는 작품. 화려한 색감과 나사 빠진 인디 코미디 외에는 아무런 매력을 찾을 수 없다. 이걸 하나의 스토리로 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개연성을 찾아볼 수 없다. 106분의 짧은 러닝타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반면에 웨스 앤더슨의 작품처럼 미장센 위주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나름의 어필이 될 것 같다. 이선균의 연기가 작품 톤을 정말 잘 살렸다. 이렇게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쉽지 않을 텐데 어찌 보면 인생 연기를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무위키에선 이원석 감독을 다니엘스, 에드가 라이트에 비견하지만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각본의 기본 공식에 충실하면서 개성을 살리는 것과 각본을 포기하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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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 타이드 (Crimson Tide, 1995)Movie/Review 2023. 9. 24. 23:48
토니 스콧 감독, 진 핵크만, 덴젤 워싱턴 주연의 [크림슨 타이드]를 봤다. 몰입감이 굉장한 작품이다.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시간적인 배경과 외부와 격리된 폐쇄 공간인 잠수함이라는 공간적인 배경이 어우러져서 긴박함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덴젤 워싱턴과 진 핵크만의 대립 연기가 더해져서 처음부터 끝까지 텐션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후반부 청문회에서의 "둘 다 옳았고, 둘 다 틀렸다"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개판 5분 전인 상황이긴 하지만 두 입장 모두 이해가 가고 서로를 어느 정도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탑 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스파이 게임], [맨 온 파이어], [데자뷰], [펠햄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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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오브 스톤 (Heart of Stone, 2023)Movie/Review 2023. 9. 9. 15:28
갤 가돗 주연의 [하트 오브 스톤]을 봤다. 전형적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팝콘 무비. 국가 기관 모르게 세계를 지키는 범국가적 안보 기구라는 세계관 설정이 나름 신선해서 [레드 노티스]보다는 볼만했던 것 같다. 그 외에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갤 가돗은 [레드 노티스]부터 이런 영화 제작에 재미가 들린 모양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 DC 확장 유니버스를 뺀 갤 가돗의 필모그래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제 좀 작품성 있는 영화를 찍을 때가 되지 않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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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Elemental, 2023)Movie/Review 2023. 8. 27. 20:50
픽사의 [엘리멘탈]을 봤다. 이민자 가정에 자란 재미교포 2세인 피터 손 감독의 생애가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다. 매운 음식을 즐기고 절을 하는 불 종족은 한국인을, 상점을 하는 앰버 가족과 모국어를 잘한다고 칭찬받는 앰버의 모습은 이민자 가정을 연상케 한다. 한국인 입장에서 공감이 가는 설정이 많아서 재밌게 봤다. 원소를 의인화한 창의성도 좋았다. 사실 이민자 가정을 비유한 점 외에는 서사가 참 단순하다. 서로의 차이로 인해 여러 갈등과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가족의 축복 속에서 행복을 맞이하는 러브 스토리. 지루할 법 하지만 93분의 짧은 러닝타임이 상쇄해 줬다. 재미교포 2세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작품. 다양성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