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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Captain America: Brave New World, 2025)Movie/Review 2025. 2. 16. 18:13반응형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봤다.
MCU 세계관에 발을 걸친 정도였던 [데드풀과 울버린]을 제외하면 [더 마블스] 이후 1년 4개월 만에 돌아온 마블의 후속작. 2대 캡틴 아메리카가 정식으로 등장하는 첫 작품이다. 덕분에 앤서니 매키도 블록버스터 주연 커리어를 가지게 되었다. [이터널스]와 디즈니+ 오리지널 [팔콘과 윈터솔저]를 보지 않았다면 줄거리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2대 히어로가 정식으로 승계해서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세대교체가 거의 다 끝났지만 1대 히어로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캐릭터가 의외로 드물다. 아이언하트, 미즈 마블은 기존 히어로와 선을 그었고 옐레나 벨로바는 2대 블랙 위도우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호크아이는 아직 1대가 은퇴했다고 보긴 힘들고 영화로 등장하진 않았다. 블랙 팬서는 1대 추모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탓에 슈리가 2대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2대 캡틴 아메리카는 2대 팔콘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세대교체 측면에서는 교과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스토리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처럼 정치 스릴러가 녹아있다. MCU에 첫 등장하는 희귀 자원 아다만티움을 놓고 각국이 경쟁하는 가운데 이를 사보타주하는 흑막을 밝혀가는 이야기이다. [이터널스]에서 석화한 티아무트의 몸이 아다만티움이라는 컨셉은 참 영리하게 잘 잡은 것 같다.
슈퍼솔저 혈청도 맞지 않은 평범한 인간인 샘 윌슨의 히어로로서의 고뇌가 담겨있기도 하다. 파워 인플레이션 속에 점점 힘으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스티브 로저스보다도 훨씬 약한 셈이니 설득력이 있는 서사였다. 오히려 그래서 정치 스릴러에 더 잘 어울렸다. 액션을 좀 더 줄이고 스릴러에 더 치중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빌런이 꽤나 많은 편이다.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연기한 사이드와인더, [인크레더블 헐크] 이후 17년 만에 돌아온 리더, 작고한 윌리엄 허트를 대신 출연한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레드 헐크가 있다. 리더와의 심리전, 레드 헐크와의 액션신을 한 번에 즐길 수 있고 각 빌런들의 개성이 뚜렷해서 보는 맛이 있었지만 관심이 분산되는 단점은 피할 수 없었다. 사이드와인더는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연기를 매우 잘해서 돋보였을 뿐 굳이 필요한 빌런인가 싶다.
전반적인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지만 무난하게 보기 좋은 수준을 넘어서진 못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와 상당히 유사한 구성이지만 모든 면에서 부족한 편이다. 전작은 블랙 위도우, 닉 퓨리 등의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작품의 매력을 끌어올린 반면에 이번엔 그런 조연도 없었다. 버키 반즈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러면 [팔콘과 윈터솔저]의 극장판 소리를 들었을 게 뻔하다. 블립을 기점으로 정치 스릴러에 나올만한 중량감 있는 캐릭터와 컨셉이 더 사라져서 더욱 그런 듯하다.
후속작이 나올수록 MCU의 내리막길이 가팔라지는 게 눈에 보여서 안타깝다. 페이즈 4까지는 작품 퀄리티가 살짝 아쉬워도 다른 시리즈의 히어로와 빌런의 출연이 그 부족함을 메워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기댈 곳이 없다. 어벤저스 속편이 나오기 전까진 각 시리즈가 스스로 성공해야만 한다. [썬더볼츠*]는 태생이 팀업무비이니 그나마 좀 낫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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