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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니언 (Companion, 2025)Movie/Review 2025. 5. 3. 16:50
소피 대처, 잭 퀘이드 주연의 [컴패니언]을 봤다. 돈에 눈이 먼 조시가 친구인 캣과 짜고 그녀의 부자 남자 친구를 죽이기 위해 로봇인 아이리스를 이용하는 이야기. 포스터를 봤을 때는 로봇이 오동작해서 외딴 별장에 모인 이들을 죽이는 공포 스릴러를 예상했는데 전혀 딴판이었다.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도 들어있는 작품이다. 아이리스는 로봇이지만 폭력적인 남자 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수동적인 인생을 사는 인간 여성으로 봐도 무방하다. 각본도 관객이 그 점을 느끼길 유도하는 장치를 많이 넣었다. 후반부에서 그 점이 특히 강조된다. 때문에 장르는 스릴러이지만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아이리스의 마지막을 보면 속이 후련하다. 소재와 구성이 꽤나 참신해서 볼만했다. 아예 내용을 모르고 봐서 반전도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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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Lust, Caution, 2007)Movie/Review 2025. 5. 3. 00:44
이안 감독, 양조위, 탕웨이 주연의 [색, 계]를 봤다. 항일 집단에 들어가 친일파를 암살하려는 여자가 되려 그를 사랑하게 되는 복잡한 감정선을 풀어낸 작품.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를 연출한 이안 감독답게 감정적인 부분을 잘 표현했다. 스파이로서 타깃을 유혹해야 하지만 자신이 사랑에 빠져서 괴로워하는 미묘한 감정선을 탕웨이가 매우 훌륭하게 연기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임에도 여주인공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게 만든 양조위의 연기도 대단하다. 당시에 수위 높은 정사신으로 유명했던 작품이다. 선정성으로 유명세를 얻은 영화는 안 보는 편이라 개봉 후 1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보게 되었다. 듣던 대로 수위가 높기는 하지만 극에 잘 녹아든다. 감정선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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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2024)Movie/Review 2025. 5. 2. 18:37
[9월 5일: 위험한 특종]을 봤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발생한 참사를 다룬 작품. 당시 테러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던 ABC 방송국의 스포츠 뉴스 취재진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현장 상황을 그대로 TV로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작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쩌다 방송국 유일의 독일어 통번역가로 합류해서 정보 수집의 최전선에 서게 된 캐릭터가 특히 비중 있게 다뤄졌다. 방송국이 주요 무대이다 보니 테러 사건이 현장감 있게 다뤄지지는 않았다. 주인공인 취재진뿐만 아니라 관객도 TV 혹은 라디오로 상황을 전해 듣는 게 전부이다. 때문에 언론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가 더 강하게 전해졌다. 당시 서독 정부의 대응 실패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경찰의 작전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구출 작전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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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더 들어줘 (Another Simple Favor, 2025)Movie/Review 2025. 5. 2. 01:12
안나 켄드릭, 블레이크 라이블리 주연의 [부탁 하나만 더 들어줘]를 봤다. 7년 만에 나온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속편. 전작과 마찬가지로 [히트], [스파이] 등을 연출한 폴 페이그 감독이 연출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5월 1일 공개되었는데, 운 좋게도 일주일 무료 체험 시기여서 바로 볼 수 있었다. 전작과 스토리 구성은 비슷하다. 스테파니가 에밀리와 얽혀서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알고 보니 범인이 에밀리의 쌍둥이였다는 전개. 스테파니와 에밀리가 앙숙에서 우정 관계로 발전하는 흐름이 마음에 들었고 알고 보니 단테가 게이였다는 반전도 아이디어가 좋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쌍둥이를 소재로 쓴 건 너무 편의주의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두 편 연속으로 똑같은 반전을 보고도 만족스러워할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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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포트 (The Report, 2019)Movie/Review 2025. 5. 1. 18:02
아담 드라이버 주연의 [더 리포트]를 봤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CIA 고문 실태 수사를 다룬 실화 기반의 작품. CIA의 고문에 관한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를 작성한 다니엘 J. 존스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예전에 어렴풋이 뉴스 기사로 접했던 기억이 있는데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실화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인물들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자신의 5년을 바친 보고서가 공개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어도 최대한 정도를 걸으려고 노력하는 다니엘 J. 존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한계와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달리는 열정이 대단하다. 주인공이 때로는 열정 혹은 분노를 과하게 드러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끄는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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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딥 (2023)Book/Review 2025. 4. 28. 23:33
쿠팡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다이브 딥]을 봤다. 쿠팡의 전현직 임직원과 이커머스, 리테일 업계 전문가 수십여 명을 인터뷰하고 10여 년간 국내외에서 쏟아진 보도를 추적했다고 한다. 쿠팡의 성공 신화를 다룬 책이 꽤 많은데 그중에서 기자 출신 작가가 쓴 이 책이 재밌어 보여서 읽게 되었다. 사실 책 표지가 제일 이뻤다. 소셜 커머스로 시작해서 독보적인 업계 1위가 된 쿠팡의 역사를 가볍게 훑을 수 있어서 재밌게 봤다. 베이비팡 등 내가 임직원임에도 몰랐던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물류 배송을 직접 하기로 한 결정은 매번 들어도 정말 대단하다. 다만 아무래도 외부자가 써서 그런지 다소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다. 필자가 쿠팡만이 할 수 있었던 업적이라며 늘어놓은 이야기 중 몇몇은 유니콘 기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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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Air, 2023)Movie/Review 2025. 4. 28. 23:08
벤 애플렉 연출, 맷 데이먼 주연의 [에어]를 봤다. 에어 조던의 탄생 일화를 다룬 작품. 마이클 조던이 어린 시절의 본인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뒷모습만 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마이클 조던보다는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역사를 만든 이들을 조명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성공 신화는 언제나 재밌다. 소니 바카로, 롭 스트라서, 피터 무어는 실직의 위험을 무릅쓰고 마이클 조던 캐스팅을 위해 온 힘을 다 한다. '그래봤자 남의 돈 벌어주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목표를 위해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소니 바카로처럼 그의 꿈에 공감하고 같이 달릴 사람이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매일 새벽까지 달렸던 나의 지난날이 생각나기도 했다. 열정 하나로 거대 스포츠 기업을 일궈낸 필 나이트가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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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마일 (Last Mile, 2024)Movie/Review 2025. 4. 6. 22:28
노기 아키코의 [라스트 마일]을 봤다. [언내추럴]과 [MIU404]에 이은 노기 아키코 유니버스의 영화 신작. 데일리 패스트라는 이커머스 서비스의 물류 센터를 통해 폭탄 테러가 일어나 신임 센터장과 직원이 이를 해결하는 이야기. 이번에도 요네즈 켄시가 주제가를 담당했다. 곡명은 "잡동사니". 역시나 노래가 좋다. IT 종사자 입장에서 데일리 패스트라는 가상의 글로벌 기업은 아마존을 연상케 한다. 작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Consumer Centric이라는 문구는 아마존 리더십 원칙의 Customer Obsession과 일맥상통한다. 아마존 문화를 많이 참고한 국내 기업인 쿠팡의 리더십 원칙에도 Wow the Customer라는 항목이 있다. '고객 중심'은 기업이라면 일견 당연해 보이는 핵심 가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