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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 밸리의 신화 (Pirates Of Silicon Valley, 1999)
    Movie/Review 2023. 5. 14. 16:34

    [실리콘 밸리의 신화]를 봤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중심으로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의 실리콘 밸리 이야기를 그린 작품.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뿐만 아니라 스티브 워즈니악, 마이크 마쿨라, 폴 앨런, 스티브 발머 등 시대를 바꾼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영화 [스티브 잡스], 책 "스티브 잡스" 등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많이 접한 반면에 빌 게이츠의 개인사는 거의 몰랐는데 이번에 좀 더 알게 되었다. 고증을 꽤 잘한 편이라서 이 작품만 봐도 당시의 시대상과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의 성품을 들여다볼 수 있다. 1999년에 나온 영화라 등장인물들이 미화되지 않은 점도 좋다. 스티브 잡스는 사후, 빌 게이츠는 기부에 전념한 후부터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는 선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영화에서 스티브 잡스는 딸을 자신의 아이로 인정하지 않고, 직원들을 달달 볶고 보상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빌 게이츠는 애플이 준 특허 사용권의 허점을 이용해 지금의 윈도우를 만들었다. 심지어 실제로는 영화보다 더 심하다.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악을 속여서 보수를 덜 준 적도 있고, 빌 게이츠는 폴 앨런의 지분을 뺏으려다 들키기도 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해적'의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들이다.

     

    그렇다면 누가 더 나쁜 해적일까?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영화로만 놓고 보면 빌 게이츠가 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개인사가 지저분하지만 기업가로서 비윤리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 GUI 탑재를 위해 제록스의 개발팀을 스카웃하고 특허권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빌 게이츠는 애플이 준 특허 사용권을 악용해 운영체제를 만들고 법적 소송도 승리했다.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랜 기간 만인의 적이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영화 제목은 사실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이라고 번역하는 게 맞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번역인데 왜 굳이 '해적들'을 '신화'로 바꿨는지 모르겠다. 대중이 아는 실리콘 밸리의 신화가 실제로는 도둑질의 역사라는 걸 반어법으로 표현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작중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모두 피카소의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 도용한다"는 명언을 인용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그들이 도용당했을 때 대범하게 넘어갔을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다른 기업을 상대로 수많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해적질도 성공하면 신화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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