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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2009)Movie/Review 2022. 12. 28. 23:17반응형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봤다.
박찬욱 감독이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각색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소설을 보진 못했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박찬욱 감독의 수위 높은 강렬한 미장센이 가득 담긴 영화다. 비교적 최근에 연출한 [스토커], [아가씨], [헤어질 결심]은 훨씬 정제하고 자제하는 편이라 감독의 작품 세계가 달라진 듯해서 아쉬움이 컸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박찬욱 감독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절제의 아이콘인 신부 상현과 본능을 발산하고 싶어 하는 태주의 관계와 대비를 색상, 행동, 대사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서 참 재밌었다. 인상적인 장면이 참 많은데, 서로의 손 혹은 발을 애무하는 신과 서로의 손목의 피를 빠는 신의 대비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악녀] 이후로 김옥빈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본능에 충실한 캐릭터를 정말 잘 연기했다. 사냥을 시작하기 직전의 눈을 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드러나는 듯했다. 이 인물을 순수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재밌다. 송강호의 연기는 물론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극 중에서 임마누엘 연구소 담당자는 순교와 자살을 심리적으로 구분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임마누엘 연구소에 자원했을 때의 상현과 태주와 함께 태양을 바라보며 죽기로 한 상현 중 더욱 숭고한 순교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 굳이 꼽자면 아마 후자가 아닐까.
아직은 박찬욱 감독의 예전 모습이 더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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