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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트 마일 (Last Mile, 2024)
    Movie/Review 2025. 4. 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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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기 아키코의 [라스트 마일]을 봤다.

     

    [언내추럴]과 [MIU404]에 이은 노기 아키코 유니버스의 영화 신작. 데일리 패스트라는 이커머스 서비스의 물류 센터를 통해 폭탄 테러가 일어나 신임 센터장과 직원이 이를 해결하는 이야기. 이번에도 요네즈 켄시가 주제가를 담당했다. 곡명은 "잡동사니". 역시나 노래가 좋다.

     

    IT 종사자 입장에서 데일리 패스트라는 가상의 글로벌 기업은 아마존을 연상케 한다. 작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Consumer Centric이라는 문구는 아마존 리더십 원칙의 Customer Obsession과 일맥상통한다. 아마존 문화를 많이 참고한 국내 기업인 쿠팡의 리더십 원칙에도 Wow the Customer라는 항목이 있다. '고객 중심'은 기업이라면 일견 당연해 보이는 핵심 가치이지만 사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우리 기업에 위기가 찾아오면 우리 고객이 불편해진다'라고 포장해버리는 순간 기업의 존속과 고객의 편의가 동일시된다.

     

    이커머스 기업 직원이라서 공감 가는 부분이 참 많았다. 달성이 쉽지 않은 높은 목표 때문에 임원부터 직원까지 압박이 이어지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산업화시대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워커홀릭이거나 삶에서 다른 뚜렷한 목표가 있지 않다면 버텨내기 어려운 기업 문화이다. 작중에서는 압박감에 안타까운 선택을 한 직원이 주요 피해자로 등장하고, 센터장인 엘레나는 생존을 위해 불법적으로 퇴사한 직원의 신상을 시스템에서 삭제하거나 주가 하락을 염려해 진실 공개를 지연시킨다. 현실에서도 뉴스를 통해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인간군상이다. 

     

    [언내추럴], [MIU404] 출연진까지 다 출연한다고 해서 꽤나 기대를 했는데 카메오 수준의 미미한 분량이었다. [MIU404]는 경찰 인력이니 분량이 좀 있었지만 [언내추럴] 출연진은 사실 없어도 될 정도였다. 유니버스를 제대로 자랑하고 싶었다면 폭탄 테러보다는 독극물이나 전염병을 소재로 쓰는 게 훨씬 현명하지 않았을까. 한정된 제작비로 스타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각본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나시모토 코우가 전직 화이트 해커라서 엘레나의 부정 행위를 알아챘다는 전개는 너무나도 편의주의적이다. 엘레나의 출신이 인사 정보에 안 나와있고 원래 센터장이 다른 사람이었다는 설정도 좀 의아하다. 휴직을 하고 돌아왔는데 인사 정보가 삭제될 이유가 있나? 

     

    결말도 다소 아쉽다. 엘레나의 실질적인 상사인 백인 여성이 최종 빌런처럼 나오는데 그러면 제작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결이 좀 달라진다. 엘레나도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었으니 동일하게 가야 더 공감이 되지 않았을까. 결말을 편모 가정의 휴먼 스토리로 마무리하기 위해 러닝타임 사이사이에 편모 가정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의미하게 전개 흐름을 계속 해쳤다.

     

    전반적으로 각본가의 역량 부족이 느껴진다.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작가의 장점을 적극 살려서 직장인의 애환, 현대 사회 비판, 휴먼 스토리, 스릴러까지 다 잡아낼 수 있었을 텐데 영화로 풀어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언내추럴]이나 [MIU404] 시즌 2를 내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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