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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덩케르크 (Dunkirk, 2017)
    Movie/Review 2017. 7. 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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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11번째 작품, [덩케르크]를 봤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수많은 장점 중 하나는 스토리에 맞게 시간축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여 플롯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메멘토]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일어난 사건을 처음에 배치했고, [인셉션]와 [인터스텔라]에서는 시간축을 여러개로 두었다.


    이 작품에서도 그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덩케르크 구출 작전을 잔교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시간으로 플롯을 구성했다. 시간축이 세개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전혀 혼란스럽지 않다. 또한, 후반부에 그 시간축이 한 점으로 모일 때의 감정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감독의 또 다른 특징은 극도로 사실감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가장 부각되는 작품이 바로 배트맨 3부작인데, 팀 버튼 감독의 2부작과 비교해보면 그의 철학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는 그 점이 장르의 힘과 어우러져서 몰입도가 엄청나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했기에 사실감이 배가된다.


    이 작품은 사실 전쟁 영화라고 보기엔 어려운 구석이 있다. 전투에 패배한 연합군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다. 잔교에 있는 병사들은 모두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고 구출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마지막 30초 정도를 빼고는 독일 병사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사실 전쟁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전쟁 영화는 대개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그 속에서 인간성을 찾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몇 편 보다보니 감동을 억지로 끌어내려는 것 같아 작위적이고 진부해보였다. 이 작품 또한 같은 메세지를 전달하지만, 그 방식은 매우 건조하고 절제되어있다. 대사는 거의 없고 우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음악과 스토리만으로 작품을 이끌어간다. 이 덕분에 훨씬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인간성을 드러낸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점들도 많다. 계급이 가장 높은 장교는 병사들이 모두 구출될 때까지 기다리고, 연합군을 돕기 위해 전선에 남는다. 할아버지는 세계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자 직접 구출에 참여한다. 프랑스 병사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침몰하는 배의 문을 열어 다른 병사들을 살려준다. 사실감을 추구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상향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그러고보니 그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늘 희망을 강조했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배에서 친구가 병사의 트라우마와 실수에 의해 머리를 부딪혀 죽었는데, 병사가 친구의 안부를 묻자 괜찮다고 거짓말을 하고 할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었다. 이 씬이 이 작품의 메세지를 압축하여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힘이 서서히 빠질 때가 됐고 이 작품이 그 시작이 될거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나는 틀렸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현세대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가지고 나올지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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