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Behind the Curve, 2018)

지구 평면설을 주장하는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를 봤다.

 

음모론을 흥미롭게 읽었던 적은 있지만, 음모론자들의 삶을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작품에서 비춘 그들은 톱클래스 답정너였다. 과학 실험을 할 때조차도 답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진행했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즉각 부정하였다.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음모론자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런 태도로 어떻게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는 더 의문이었다.

 

재밌는 것은 종종 그들 자신이 음모론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극 중 마크와 패트리샤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CIA 요원 혹은 정부의 스파이라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듣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 자신은 가해자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스크린으로 본 입장에서는 똑같은 음모론자일뿐이다.

 

다큐멘터리는 그들을 경멸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대다수는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외면받아 홀로 지내고 있지만 Flat Earth 커뮤니티에서는 따뜻한 포옹을 받고 서로 박수를 쳐주었다. 커뮤니티가 그들에게는 유일한 세계가 되었기 때문에 섣불리 반박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종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중반부에 나오는 과학계 커뮤니티 회원의 연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과학계는 우월주의에 빠지지 말고 음모론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경멸의 시선으로 깔보기만 해서는 사태가 악화될 뿐이라는 것. 과학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귀담아들어야 하는 메시지이지 않나 싶다.

 

마크의 유튜브 채널에 가보니 어제도 영상을 올려놨다. 그가 언제까지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라고 주장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도 커뮤니티가 있을 때까지는 계속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