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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 룸스 (Red Rooms, 2023)
    Movie/Review 2024. 12. 2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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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출신인 파스칼 플란테 감독의 [레드 룸스]를 봤다.

     

    영화는 10대 소녀 3명을 살해하고 생중계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를 재판하기 위한 첫 공판으로 시작한다. 모델이자 해커인 주인공 켈리앤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재판 방청을 위해 매일 새벽부터 야영을 한다. 클레망틴은 전형적인 범죄자와 사랑에 빠진 철없는 여자다.

     

    켈리앤이 왜 이렇게까지 이 재판에 집착하는지는 후반까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피해자의 가족 개인정보를 해킹해서 집을 무단침입하고 두 개의 스너프 필름을 보유하고 있다. 시종일관 무표정이라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켈리앤이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주요 장면은 세 개다. 피해자의 옷차림과 외모를 코스프레 한 채로 용의자를 응시하며 끌려나가는 장면, 스너프 필름 경매에서 이기는 장면, 입수한 스너프 필름을 보는 장면이다. 그녀가 단순히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이런 짓을 하는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켈리앤은 스너프 필름을 즐기고 있다.

     

    그녀는 몰래 피해자 가족 집에 침입해서 입수한 필름이 담긴 USB를 놓고 온다. 덕분에 용의자의 혐의가 입증되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방에 가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채로 웃으며 셀카를 찍고 있다. 관객의 머리는 물음표로 가득해진다. 얜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그렇다고 자위를 하는 등의 이상성욕이라고 단정 지을 요소도 없다. 감독은 친절하게 의미를 알려줄 용의가 없는 모양인지 그 상태로 막을 내려버린다.

     

    주인공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해볼 수 있을까. 용의자를 응징하려는 과정에서 이상성욕이 발달해 버렸다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지만 여전히 의문스러운 구석은 있다. 어쩌면 USB를 통해 폭로가 되는 것마저도 쾌락의 일부였을 지도.

     

    스너프 필름이라는 굉장히 불쾌한 소재를 다루었지만 이 작품은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대신 그 장면을 보는 인물들을 조명했기 때문이다. 대신 피해자들의 비명소리는 선명하게 들린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평을 받았던 [컨저링]처럼 잔인한 장면이 없지만 충분히 불쾌한 좋은 연출이었다. 등장인물의 연기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드는 줌인 줌아웃 연출도 감독의 개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얼마 전에 봤던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에 나온 법원과의 차이점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똑같이 프랑스어를 쓰지만 캐나다는 법원 인테리어가 훨씬 모던하고 새하얀 반면에 프랑스는 원목 중심의 인테리어이고 양측 변호인이 전통적인 가운을 입는다. 프랑스 역사가 오래되었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다.

     

    연출의 독창성과 퀄리티는 마음에 들었지만 해석의 여지를 너무 열어놓은 점은 다소 아쉬웠다. 감독의 인터뷰를 좀 더 찾아보면 실마리가 나오겠지만 그 정도로 파보고 싶지는 않다. 불친절한 영화치고는 볼만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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