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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8)Movie/Review 2024. 10. 13. 00:53반응형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미키 루크 주연의 [더 레슬러]를 봤다.
주인공인 랜디는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인물이다. 왕년에 잘 나갔던 프로레슬러지만 트레일러 같은 집에서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 수입이 적은 달엔 월세를 내지 못해 자기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본인이 가족을 떠났기에 하나뿐인 딸과는 사이가 나빠 연락도 하지 못한다. 가끔 아이들과 놀아주고 스트립 클럽에 가서 캐시디와 대화하는 것이 그의 삶의 전부이다.
이런 초라한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건 프로레슬러로서의 삶이다. 은퇴해야 할 나이를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링을 오르고 있다. 몸을 유지하기 위해 출처가 불분명한 약을 먹고 헬스를 하고 태닝도 한다. 그는 본명인 로빈 램진스키로 불리는 걸 매우 싫어한다. 링 밖에서는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고 무시당하지만 링 안에서만큼은 모두 관심을 독차지한다. 랜디에게는 일이 곧 삶이다.
그동안 너무 무리를 했는지 랜디는 심장에 문제가 생겨 은퇴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어쩌다 보니 캐시디와 잘 되어가고 딸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랜디는 은퇴를 결심하고 로빈으로 살아갈 마음을 먹는다. 이대로만 잘 풀리면 그도 말년을 행복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캐시디가 그를 밀어내자 그는 클럽에서 원나잇을 하고 늦잠을 잔 탓에 딸과의 저녁 약속을 놓친다. 어릴 때 버림받았기 때문에 아버지를 향한 원망이 가득했던 그녀는 이번에도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어 의절을 선언한다. 로빈은 더 이상 로빈으로 살아갈 수 없다. 이럴 바에는 랜디로서 링 위에서 램 잼을 하다 죽는 걸 택한다. 카메라가 랜디가 점프한 위치를 비춘 채 영화는 끝이 난다. 링의 상황은 안 봐도 알 수 있다.
링 밖의 삶보다 링 안에서의 죽음을 택하는 주인공의 선택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무언가를 갈구할 열정이 있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 삶이지 않을까. 찾아보니 주연을 맡은 미키 루크도 랜디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연기를 정말 잘했다. 지금과 얼굴이 너무 많이 달라서 신기했다. 허구가 섞여있겠지만 레슬러들이 시합을 위해 합을 맞추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어느덧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2편을 빼놓고 전부 다 봤다. 애런 아로노프스키의 개성이 부족한 작품이라는 평도 있지만 가장 최근 작품인 [더 웨일]과 느낌이 비슷하다.
감독이 차기작을 얼른 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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