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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거래하는 손 (Nobody Speak: Trials of the Free Press, 2017)Movie/Review 2017. 10. 9. 21:48반응형
부와 권력에 의해 억압 받는 언론의 자유에 대해 다른 다큐멘터리, [침묵을 거래하는 손]을 봤다.
넷플릭스의 썸네일에는 헐크 호건의 사진이 있어서 헐크 호건의 섹스테이프와 관련된 소송이 메인 스토리인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물론 많은 분량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자본가가 언론을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시도가 드러난 사건들을 재조명한다.
작품에서는 참 멋있는 언론인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신문사의 실태를 그 신문 1면에 내놓는 모습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미국이라고 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언론의 투명성만큼은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다.
사실 이번에 미국의 대다수 언론이 진보 성향 매체라는걸 처음 알았다. 물론 역사적인 배경이 달라서 그렇겠지만 가장 파워가 센 세개의 신문사가 모두 보수 성향을 띈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이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반복적으로 언론은 모두 가짜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삼성 돈을 받고 삼성이 원하는대로 기사를 써주는 한국 거대 언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통 돈 많은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광고주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해온터라 미국 진보 언론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헐크 호컨 케이스는 이 작품의 매우 큰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헐크 호건의 성차별적인 발언, 피터 틸이 비밀리에 소송 자금을 지원한 점들이 밝혀졌다. 그리고 판사가 다소 편향적인 태도를 취했고 고커 기자의 섹스테이프 공개가 1억 4000만 달러 가량의 보상금을 지불할 정도의 행위가 아니라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기자가 공개한 테이프에서는 어떠한 범죄 행위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유명인이기 때문에 공개된 것이다.
수정헌법 1조 전문 변호인은 언론 표현에 기준을 정하는 순간 권력으로부터 억압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조차도 허용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헐크 호건은 해당 테이프에서만큼은 어떤 범죄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사생활을 침해받게 되었다. 그게 나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피터 틸의 후원 이유에 관한 고커 측의 생각이었다. 고커는 피터 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피터 틸의 동의 없이 밝혔고, 피터 틸은 이에 보복성으로 후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커의 편집장은 이에 본인도 동성애자이고 미국은 더이상 동성애자가 살기 불편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성 정체성을 숨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왜 본인이 타인의 성 정체성을 마음대로 밝혀도 된다고 생각할까? 고커는 디스패치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알 권리를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래도 디스패치보다는 나은 매체 같아보인다.
비판의 목소리를 봉쇄하려는 부와 권력의 시도를 눈여겨보고 맞서싸워야하는 것은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그 예시를 잘못들었고 그 때문에 본질이 흐려질 소지가 있어보인다. 흥미롭게 봤지만 그 점이 가장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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