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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
    Movie/Review 2023. 8. 26. 21:28

    크리스토퍼 놀란의 12번째 장편 영화인 [오펜하이머]를 봤다.

     

    크리스토퍼 놀란답게 풀 아이맥스로 촬영했고 꽤 많은 장면을 흑백으로 촬영되었다. '시간의 마법사'라고 불릴 정도로 시간을 모티브로 한 플롯을 좋아하는 감독답게 크게 세 가지 타임라인이 병렬로 진행된다. 맨해튼 프로젝트, 오펜하이머 청문회, 스트로스 청문회가 그것이다. 스트로스의 관점은 흑백으로 촬영한 덕에 타임라인별 사건이 헷갈리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플로렌스 퓨,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조시 하트넷, 케이시 애플렉, 라미 말렉, 케네스 브레너, 게리 올드만 등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그 초호화 라인업에서도 킬리언 머피의 연기가 가장 돋보인다. 원래도 훌륭한 배우인 건 알았으나 이 정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처음이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는 무조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로버트 오펜하이머 다양한 면면과 복잡한 감정선을 잘 표현했다.

     

    줄리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꽤나 지루한 책이라고 한다. 감독은 환상적인 연출과 각본을 통해 3시간의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전기 영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원자폭탄 투하 후 오펜하이머의 연설 장면은 연출과 음향 덕에 공포심과 긴박감을 극대화한다. 트리니티 실험도 마찬가지다.

     

    청문회 시퀀스에서도 나온 듯이 오펜하이머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행보를 걸은 인물이다.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공산주의에 심취했고, 원자폭탄을 만들었지만 수소폭탄 개발은 반대했다. 로스 앨러모스에 가족을 다 데려오지만 불륜을 수 차례 해왔다. 

     

    오펜하이머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성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전 세계가 칭송할 정도의 정점을 찍은 후 조롱과 비판 끝에 쓰디쓴 악수를 받는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의 공통점과 미소 냉전 체제를 의인화한 것처럼 상호 파괴적인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의 악연과 대비를 원자폭탄의 원리와 역사에 비유한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연출이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일단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키티 오펜하이머가 좀 겉돈다고 느껴졌다. 전통적인 여성상을 거부하는 진취적인 인물이라고 보기엔 아이도 제대로 안 키우고 남편에게 불만만 토로하는 신경질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똑같이 주인공에게 예민하게 굴지만 팜므파탈스러운 매력이 확실히 잡혀있는 진 태트록과 많이 비교된다. 키티의 비중을 더 줄이거나 진과의 확실한 대비가 되도록 캐릭터를 잡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테넷] 이전의 전작들과 비교해서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인물이 너무 많다 보니 누가 어떤 일과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인지 정확하게 기억하기가 정말 어렵다. 서양인의 외모와 이름을 구별하기 쉽지 않은 동양인에겐 더 어렵다. 블록버스터를 볼 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인물 간의 관계가 핵심인 전기 영화에선 치명적이다. 사전 지식이 많은 관객이거나 과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최소 한 번은 더 봐야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의 전성기가 진행형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참으로 대단한 감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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