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2023)

전도연 주연의 [길복순]을 봤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의 일상생활을 참고하여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길복순은 얼마 전에 유퀴즈에서 본 전도연과 비슷한 면이 많다. 당당하고 꾸밈이 없다. 심지어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도 같고, 전도연의 실제 딸 이름도 재영이라고 한다. 감독이 전도연을 참 좋아하는 모양이다.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설정이 매력적이지만 아쉽게도 액션의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 설경구의 액션 시퀀스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카메라 워크가 느려서 속도감이 안 느껴진다. 할리우드식 트렌디한 액션을 보여주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퀄리티가 많이 아쉽다. 전도연의 액션 연기는 재밌게 봤다. 체격 차이로 인해 힘에 부치지만 테크닉으로 극복해 내는 주인공을 잘 연기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각본도 많이 아쉽다. 이왕 청불 등급을 받은 김에 차민규, 차민희, 길복순 간의 묘한 관계를 좀 더 자극적으로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결말부에서 두드러지는 차민규와 길복순의 관계도 더 깊게 다뤄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차민희라는 캐릭터를 좀 허무하게 소모해서 아쉽다. 보다 매력적인 악역으로 설정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전도연의 액션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당당하고 기 센 캐릭터가 참 잘 어울린다. 배우 전도연도 수동적인 캐릭터는 별로 안 좋아하는 모양이다. 한국의 샤를리즈 테론 같은 느낌이랄까. 액션이나 스릴러물에 많이 출연해 주면 좋겠다.

 

한국에서 전도연말고 이 역할을 소화할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완성도는 좀 아쉽지만 이런 액션 작품을 만들어준 감독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