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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밴더스내치 (Black Mirror: Bandersnatch, 2018)Movie/Review 2018. 12. 29. 20:44반응형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블랙 미러 시리즈 최초의 영화판,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봤다.
참여자의 결정이 스토리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인터랙티브 포맷은 콘솔 게임에서는 흔한 형식이다. 넷플릭스는 이전부터 인터랙티브 영화를 내놓겠다고 했었고, 그 첫번째 시도가 바로 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작품성을 떠나서, 인터랙티브 포맷을 이 정도 수준으로 활용한 영화는 이 작품이 처음이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다양한 시도가 계속 되면 [아바타]가 3D를 주류로 만들었듯이 이 포맷도 언젠가는 메인스트림에 떠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화도 개인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넷플릭스에 경의를 표한다.
"블랙 미러 시리즈 최초의 영화판"이라는 수식어는 사실 매우 아이러니한 표현이다. 블랙 미러 시리즈는 기존에는 영국 공영 방송에서 송출되었지만 시즌 3부터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TV 시리즈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영 형태인데, 스트리밍 플랫폼은 그 구분을 없애버렸다. 더욱이, 기존 시리즈는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이었기 때문에 차이점은 러닝타임이 좀 더 길다는 점 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영화와 TV 시리즈의 경계마저도 허물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준 셈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형식과 스토리의 연결이다. 관객은 형식을 통해 주인공의 자유의지를 빼앗고, 주인공은 이를 인지하며 고통스러워 한다. 이를 통해 주인공과 직접적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재밌는 점은 선택지가 많은건 사실이지만 큰 틀에서는 전개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형식 때문에 자유도가 높다는 착각이 생길 뿐 실제로는 주인공은 물론이고 시청자마저도 선택권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미래에 펼쳐지는 기술 발달의 부작용"이라는 블랙 미러의 주제의식을 현재 시점으로 끌어왔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다양한 결말이 있지만 한 시간 반 정도 되면 그 즈음에 나온 결말로 영화가 끝난다고 한다. 아쉽게도 형식의 독창성과는 별개로, 스토리 자체는 모든 결말을 다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선택지 중에서는 영미권 시청자만 즐길 수 있는 컨텐츠도 있어서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받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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