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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Movie/Review 2019. 12. 28. 20:32반응형
마틴 스콜세지 연출, 로버트 드니로, 조 페시, 알 파치노 주연의 [아이리시맨]을 봤다. 논픽션인 "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한 갱스터 무비.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인 로버트 드니로와 조 페시의 출연. 거기에 알 파치노까지. 이건 후배 영화인들에게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장장 20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유일한 걸림돌이었다. 작품을 길게 뽑기로 유명한 감독의 명성을 감안하더라도 압도적으로 긴 러닝타임.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한마디로 "원숙해진 [좋은 친구들]"이었다. [좋은 친구들]에 비해서는 등장인물들의 나이가 많은 편이기도 하고, 원로배우들이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혈기왕성하고 치기 어린 갱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련하고 능숙하지만, 잃을 것이 많아서 불안한 노년의 심리가 느껴진다.
이 작품과 같은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역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아닐까 싶다. 관객에게 미국 현대사가 담긴 주인공의 삶 전체를 보여주고, 마피아로 살아온 그에게 어떤 최후가 기다리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는 늘 보아온 갱스터 무비의 클리셰를 넘어서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된다.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혹시 이렇게 살고 싶은가?"
사실 엔딩 크레디트가 내려갈 때 평점 4점을 주려고 했었다. 그러지 않게 된 이유는 뒤이어 감독과 세 배우의 대화를 담은 [아이리시맨을 말하다]를 봤기 때문이다.
마틴 스콜세지는 최근 마블 영화를 시네마가 아닌 "theme park"라고 칭했다. 개인적으로 마블 영화에 환장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코멘트에 상처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적어도 그가 어떤 취지에서 말을 꺼냈는지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본 후 [아이리시맨을 말하다]를 보고 나니 그의 심경을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감독은 배우들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디에이징 기술을 도입하는 등 최선을 다한다. 배우들도 마찬가지이다. 알 파치노는 노년의 나이임에도 맡은 역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로버트 드니로는 연출진의 코멘트를 겸허히 수용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결코 타협하지 않는 장인 정신이 엿보인다. 그리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눈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마틴 스콜세지의 일갈이 기분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이 그간의 작품들을 통해 자연스레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이 작품은 "또 하나의 잘 만든 갱스터 무비"가 아니다. 마틴 스콜세지가 대배우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만드는 시네마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한 편의 대서사시이다. 영화가 본래의 가치를 넘어서는 지점. 감독이 얘기한 본질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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