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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 1950)Movie/Review 2024. 9. 1. 23:22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를 봤다.
역사상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도 자주 거론되는 작품. 잊혀진 무성 영화 여배우와 실패한 각본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옛날 영화라 지금과 연기 방식은 좀 다르고 내레이션이 많은 편이지만 몰입감은 충분했다. 흑백 영화이지만 워낙 흡입력이 좋아서 어색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화질이 더 좋았다면 컬러 영화를 본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내용이 참 기괴하면서도 재밌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진 늙은 여배우, 여배우와 같이 일했던 감독이자 전남편인 집사, 정상인 척하지만 편안한 삶에 취해 여배우에게 빌붙어 사는 삼류 각본가. 이러한 독창적인 각본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서 정말 좋았다. 특히 주인공이 계단을 내려가며 광기에 찬 눈으로 연기를 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강렬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품 외적으로도 흥미로운 점이 많다. 노마의 집에서 브리지를 하는 잊혀진 유명인들은 버스터 키튼을 포함해 실제로 무성 영화 시대의 명배우들이고, 주인공을 맡은 글로리아 스완슨 또한 마찬가지이다. 집사 역으로 등장하는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은 무성 영화 시절에 글로리아 스완슨과 실제로 작품을 같이 했던 감독이다. 감독으로 등장한 세실 B. 드밀도 본인이 직접 연기했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며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참 궁금하다. 작품과 현실을 동일시하지 않았을까. 메소드 연기가 필요 없을 정도의 캐스팅을 해낸 제작진이 대단하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겸사겸사 오랜만에 고전 영화를 본 건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종종 고전 영화를 좀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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