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eview
도그빌 (Dogville, 2003)
Joonki
2023. 5. 1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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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 연출, 니콜 키드먼 주연의 [도그빌]을 봤다.
영화 시작 10분 정도는 내가 다른 영화를 틀었나 의심했다. 세트장에서 배경도 건물도 없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도 바닥에 분필로 그렸다. 처음에는 연극과 같은 특이한 형식 때문에 몰입이 잘 될까 우려가 되었지만 배우들의 연기, 파괴적인 스토리, 음울한 연출이 어우러져 집중이 잘 되었다.
독특한 세트장 구성 덕에 영화사에 길이 남을 미장센이 만들어졌다. 그레이스가 강간을 당하는 모습이 줌 아웃되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다른 도그빌 주민들이 같이 보이는 장면, 그레이스는 혼자 방에 있고 마을 사람들만 모여서 회의를 하는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괜히 유명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후반부의 그레이스와 아버지의 대화 시퀀스는 그레이스를 예수, 아버지를 창조주에 비유해서 생각할 수 있다. 무지해서 죄를 지었으니 용서해야 한다는 그레이스와 그런 그녀를 오만하다고 평하는 아버지. 마을 사람 모두를 죽이지만 개만큼은 살리는 마지막은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도그'빌에서 목숨을 건진 건 개뿐이다. 개신교의 창조주도 대홍수에서 노아 가족 외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 죽였다.
개신교의 신의 심판에 대한 라스 폰 트리에식 재해석. 미국 3부작인 걸 감안하면 심판의 대상을 미국으로 빗대었을지도 모르겠다. 매번 이런 파괴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의 머릿속이 궁금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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