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 2022)
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을 봤다.
정통 후더닛 무비로 많은 호평을 받은 [나이브스 아웃]의 속편. 주인공인 다니엘 크레이그만 재출연하고 메인 출연진은 전부 바뀌었다. 아나 데 아르마스가 나오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전작에 비하면 정통 추리물에서 살짝 벗어난 편이다. 주인공이 추리를 끝내도 증거가 없고, 용의자도 전혀 개의치 않아서 사건이 종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헬렌이 깨달음을 얻은 후 직접 물리력으로 해결한다. 헬렌 입장에서 보면 미스터리가 풀리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셈이 되었다. 후더닛 무비를 기대한 입장에서 추리가 상황을 종결 지어주지 않는 이야기 구조가 많이 아쉬웠다. 중간 중간 관객이 모르고 있던 서사가 나와서 추리하는 재미가 반감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전작과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중간 정도인 느낌.
번역을 맡은 황석희 번역가에 따르면 글래스 어니언은 "뻔히 보이는 곳에 숨겨진(hidden in plain sight)"이라는 의미의 은유로 종종 사용된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찾아보니 마일스가 듀크의 총을 슬쩍하고 얼음통에 넣는 모습들이 그대로 나온다. 물론 자세히 살펴봐야 알 수 있을 정도이긴 했지만 영화 제목처럼 관객을 대놓고 속이는 영리한 연출이었다. 눈에 불을 켜고 봤다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캐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에서 disrupt가 가진 의미를 결말까지 끌고 가는 방식도 재밌었다.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Beutifully disrupting so-called beautiful disruptors이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건물이 불타는 광경도 예쁘고 폭발하는 게 폭죽 같기도 하다.
연출과 각본 외에도 화려한 영상미가 인상적이었다. 그리스를 배경으로 각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화려한 의상도 좋고, 섬과 건물 내부도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니엘 크레이그, 에드워드 노튼, 자넬 모네, 케이트 허드슨, 데이브 바티스타 등의 스타 출연진도 한몫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대로 여전히 볼만한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 속편도 계속 내주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