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eview

조커 (Joker, 2019)

Joonki 2019. 10. 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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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필립스 연출,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조커]를 봤다.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여태까지 나온 모든 배트맨 실사 영화에서 조커는 이미 빌런이 되어있는 상태로 등장했다. 그래서 관객은 조커를 유난히 똘기가 충만한 미친놈 정도로 생각해왔다. 매우 비현실적인 악당이고, 그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배트맨이 이겨버리니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었다.

 

반면 이 작품의 아서 플렉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고, 관객은 그가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 한다. 이는 배트맨의 기원을 다룬 [킬링 조크] 혹은 이 작품의 아버지 격인 [택시 드라이버]보다도 현실감이 있다. 폭력적인 영화를 보면 폭력을 사용하게 된다는 논리를 비웃던 나였지만, 영화가 끝난 후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걱정과 우려였다. "이걸 15세 관람가로 상영해도 되나?". 그런 점에서 [조커]는 내가 살면서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작품이다.

 

아서 플렉과 [다크 나이트] 조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발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다크 나이트] 조커처럼 모든 질서를 없애겠다는 사명을 띠지는 않았다. 모두가 자신을 무시하는 현실 속에서 표출한 분노가 어쩌다 보니 사회적 상징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는 사회가 노력하면 조커는 나오지 않을 수 있음을 뜻하지만 반대로 조커는 언제나 등장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각본, 연출 모두 훌륭하지만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연인 호아킨 피닉스이다. 정상인이라면 이해 불가능한 인물을 일반 관객이 조금이나마 해석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조커가 춤추며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오랫동안 뇌리에 박혀있을 것 같다. 시위대의 응원에 힘입어 경찰차 위에서 춤추는 조커의 모습도 압권.

 

토드 필립스 덕에 DC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 이런 DC 영화라면 안 볼 이유가 전혀 없다. 다만 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 오리진 스토리 이후에 고담시를 혼돈으로 몰아넣는 조커의 광기를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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