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2015)
홍상수 감독 연출, 정재영, 김민희 주연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봤다.
예술 영화감독인 함춘수과 윤희정이 만나 점점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두 개의 평행세계로 나누어 보여주는 구성을 가진 작품. 춘수와 희정이 서로 다른 세계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갖는지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1부에서 둘의 시작은 좋았다. 말도 잘 통하고 작업실에서 춘수가 적당히 희정의 기를 살려준 덕에 술자리도 함께 한다. 잘 진행되나 싶었지만 춘수가 기혼자라는 사실을 친한 언니로부터 듣고 관계는 그대로 끝난다.
반면에 2부에서 춘수의 시작은 좋지 못했다. 1부와 달리 그녀의 작업물을 너무 솔직하게 비판해서 희정의 심기를 건드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희정은 춘수와 술자리를 함께 하고, 마지막까지 호감을 유지한다. 첫인상은 2부가 더 안 좋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1부와 2부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춘수의 솔직함이다. 희정은 1부에서 춘수의 혼인 사실을 타인의 입을 통해 들었지만 2부에선 춘수가 술집에서 직접 말해준다. 호감을 가진 상대가 거짓말을 했다는 배신감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친한 언니 앞에서 옷을 벗었을 정도로 이상한 짓을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두 번째 차이는 춘수와 희정의 관계성에 있다. 희정은 2부에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지만 춘수는 여유가 있다. 1부에서 희정은 직업이 뭐냐는 춘수의 질문에 '아무것도 안 해요'라고 퉁명스럽게 답변했지만 2부에선 그렇지 못했다. 춘수도 희정에게 모든 걸 맞추려 하지 않는다. 작업물을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희정이 티 나게 호감 표시를 해도 결국 서울로 올라간다.
근데 그렇다고 두 이야기가 크게 다를까? 이래나 저래나 결국 두 사람이 안 이어지는 건 똑같다. 1부의 춘수의 희정이 기분이 좀 안 좋긴 하겠지만 몇 년 후면 잊혀질 감정이다. 1부의 제목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이고 2부는 정반대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이다. 합쳐보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현실에서의 남녀 관계도 똑같다. 솔직함이 중요하고, 적당한 밀당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항상 관계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감독은 누구나 겪어본 현실의 사랑을 재미난 이야기로 만드는 데에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옥희의 영화]처럼 이번에도 여성 편력이 심한 예술 영화감독이 주인공이다. 하나의 작품을 넘어서 작품 세계 레벨에서도 반복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 작품을 연출한 후부터 불륜으로 논란이 된 감독의 개인사를 고려하면 진정성이 너무도 깊게 느껴진다. 홍상수 감독은 이 세상 그 어떤 영화감독보다도 꾸밈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별 내용이 없어서 1부는 다소 지루했는데 2부부터는 1부와 대조가 되어서 재밌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서 좋았다. 한국 국민 정서상 평생 욕먹으면서 살 팔자이지만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꾸준히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