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eview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Joonki 2025. 2. 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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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리 파르자 감독,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주연의 [서브스턴스]를 봤다.

 

또 다른 젊은 나를 만들어주는 가상의 약물 '서브스턴스'를 소재로 여성주의적인 시각에서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바디 호러 영화. 바디 호러라는 서브 장르가 나뉘어 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엘리자베스를 해고한 방송사는 철저하게 남성이 주축이 되어 운영한다. 대표와 주주 모두 남성이고 비서, 말단 스태프, 백업 댄서는 여성이다. 대표가 새우를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혐오감을 극대화했다. 데니스 퀘이드 본인도 자신의 모습이 꼴 보기 싫었을 듯하다. 남성의 여성 착취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호러 영화임에도 여성 관객이 훨씬 많았다.

 

일정 부분 공감은 가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남성도 여성도 무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동일한 성별의 타인을 깎아내리는 개체는 항상 존재한다. 극 중에서도 여성들의 노출이 과한 신년 전야제의 관객에 여성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최고의 짝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문명의 시작인 기원전 4000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사회 전체가 노력해서 일정 부분 자정해볼 수는 있겠지만 DNA에 새겨진 본능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퀼리브리엄]처럼 감정을 없애는 약물을 먹는다면 모를까. 다만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서로의 외모를 비교하는 행태가 심각해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엘리자베스와 수의 선택이 흥미로웠다. 엘리자베스는 과거에 자신의 외모로 전망 좋은 아파트에 살 정도로 부를 축적했다. 그녀의 외모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안락할 생활을 누릴 수 있었을까? 그녀도 이 뒤틀린 사회에서 이득을 본 사람인 것이다. 이제 소일거리를 하면서 중학교 동창을 만나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도 있지만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다. 수는 물론이고 엘리자베스 본인도 자신을 혐오한다. 

 

수는 새롭게 다시 태어났음에도 엘리자베스가 해고당한 방송사에 가서 똑같은 에어로빅쇼에 지원한다. 돈은 충분하니 공부를 할 수도 있고 기술을 배울 수 있음에도 외모가 가장 중요한 직업을 택했다. 엘리자베스가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설정이었다면 개인이 아닌 사회가 문제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을 것이다. 감독은 개인과 사회를 모두 비판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모두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마가렛 퀄리는 정말 아름답게 나와서 기억에 남는다. 촌스러운 80년대 에어로빅 복장을 입고 있는데도 센슈얼한 연출이 더해져 눈이 부실 정도. 배우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로맨스 코미디의 주인공으로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이 작품 덕에 데미 무어의 열연이 주목을 받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유명 여배우였지만 에어로빅 쇼의 진행자가 되어버린 극 중의 엘리자베스까진 아니지만 데미 무어도 2000년대부터 필모그래피가 영 좋지 못하다. 최근에 치매 판정을 받은 전남편인 브루스 윌리스 소식에 간간히 등장하는 정도. 그래서 배우 입장에선 일부 자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을 듯하다. 왕년에 유명했던 배우가 같은 상황의 캐릭터를 연기한 [선셋 대로]가 떠올랐다.

 

소재도 독특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고 연출도 좋아서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다만 141분의 러닝타임 내내 하나의 메시지를 강약조절 없이 밀어붙인 탓에 후반부에 가서는 다소 피로감을 느꼈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고어함이 극대화되어서 보기가 쉽지 않다. 골룸을 아득히 넘어서는 흉측한 크리처 표현이 인상적이긴 했다.

 

이 작품은 2024년 12월에 개봉했는데도 아직까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영화의 인기 덕분이겠지만 배우 소지섭이 설립한 기획사인 51K와 영화 수입사 찬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시네필 입장에서 참 감사한 사람들이다.

 

데미 무어가 이 작품을 계기로 작품 활동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 [어 퓨 굿맨]에서의 그녀의 모습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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