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eview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 2006)

Joonki 2025. 1.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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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개봉한 [카모메 식당]을 봤다.

 

한국인들에게는 꽤나 널리 알려진 작품. 핀란드 헬싱키에서 식당을 연 중년의 일본 여성인 사치에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손님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따뜻하고 잔잔한 재미가 일품이다.

 

사실 초반엔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고도 없는 핀란드에서 식당을 연 탓에 한 달 넘게 손님이 없는 데도 동네 식당이라는 미명 하에 전단지도 돌리지 않다니. 현지화를 하자는 미도리의 일리 있는 조언을 내켜하지 않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만으로 자릿세라도 낼 수 있을까? 소소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역설적으로 극도로 비현실적인 이야기 전개에 거부감이 들었다. 오죽하면 매일 공짜 커피를 먹으러 오는 핀란드 청년 토미도 꼴 보기 싫었다. '메인 메뉴 주문하면 공짜 커피를 줘야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중반부부터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각자의 삶과 가치관을 인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대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따스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치에는 매일 낮에 창문 밖에서 노려보는 핀란드 여자, 가게가 닫힌 틈을 타 본인의 물건을 몰래 가지러 온 전 사장에게도 일절 화를 내지 않는다. '선한 사람이지만 무언가 사연이 있어서 이러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다. 부러운 성격이다.

 

미도리는 외모도 성격도 튀는 것 같지만 사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노려보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노려보고, 공짜 커피만 먹으러 오는 손님에게 친구들 좀 데려오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사치에와 반대되는 성격으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마사코의 퍼스널리티도 재밌다. 말수가 별로 없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겁내지 않는다. 옷을 추천하면 바로 옷가게로 가고 숲을 추천하면 그 즉시 숲으로 간다. 진중하지만 실행력이 좋은 성격. 이 역시 부러운 성격이다.

 

감독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낯선 핀란드를 배경으로 이상적인 시골 마을을 그리고 싶어 한 듯하다. 모두가 느긋하게 살아가고 매주 동네 식당에 모여 마을 주민들과 하하 호호 떠들며 따뜻한 음식을 즐기는 사회. 그러면서도 서로의 개성을 충분히 인정해 주고 섣불리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 적절한 선을 지키는 사회. 사교와는 거리가 멀고 개인주의적인 나도 감독의 이상에 절로 공감하게 되는 연출이었다.

 

영화는 만석이 된 식당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사치에의 모습과 식당에 온 토미를 '이랏샤이'를 외치며 정답게 반기는 사치에의 모습으로 마무리 짓는다. 나도 카모메 식당의 단골이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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