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eview

부기 나이트 (Boogie Nights, 1997)

Joonki 2024. 11. 30. 21:39
반응형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부기 나이트]를 봤다.

 

70년대 후반에 거물을 가진 남자가 포르노 산업에 입성해서 평범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 폴 토마스 앤더슨이 무려 20대 후반에 만든 두 번째 장편 영화이다. 그럼에도 줄리앤 무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존 C. 라일리, 돈 치들 등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일찍부터 명성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밑바닥 인생들이 모인 잭 사단은 에디의 등장으로 황금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헤픈 아내의 외도를 참지 못한 조명기사 리틀 빌의 동반 자살을 시작으로 이내 빠르게 내리막길을 걷는다. 에디는 자만에 빠져 잭의 품을 벗어나지만 10달러에 자위를 하는 신세로 돌아간다. 앰버는 딸을 볼 수 없게 되고 롤러 걸은 학교에서 본인을 성희롱한 남자와 관계를 하게 된다. 버크와 베키는 포르노 배우 꼬리표가 달려 대출도 못 받는다.

 

불행으로 가득한 상황이지만 묘하게 따뜻한 구석이 있다. 에디, 앰버, 롤러 걸을 포함한 잭 사단의 사람들은 마지막엔 모두 잭의 집에 모인다. 앰버는 에디의 엄마가 되길 원하고 롤러 걸은 앰버의 딸이 되길 바란다. 각자의 혈육에게 버려졌지만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준 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떠오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감독 잭이 대단해 보였다. 고집이 있어서 트렌드에 뒤쳐지긴 하지만 그렇게 유혹이 많은 포르노 산업에서 마약은 일절 하지 않고 스태프들에게 아주 젠틀하다. 자신을 비난하고 뛰쳐나간 에디가 예고 없이 돌아와도 따뜻하게 받아준다. 잭의 내면은 어떤지 궁금하다.

 

작품에서 잭 호너 감독은 '자위를 한 이후에도 스토리가 궁금해서 마지막까지 보게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 영화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중반까지는 성인 영화 뺨칠 정도의 외설적인 장면으로 가득하지만 이후부터는 캐릭터들의 삶과 내면에 집중한다. 

 

작품의 완성도 자체는 높지만 아주 재밌게 봤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러닝타임이 155분으로 다소 긴 탓도 있다. [데어 윌비 블러드]와 [팬텀 스레드]를 봤을 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정복해나가고 있지만 매번 그렇지 못해서 참 아쉽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