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폴리 아 되 (Joker: Folie à Deux, 2024)

토드 필립스 연출, 호아킨 피닉스, 레이디 가가 주연의 [조커: 폴리 아 되]를 봤다.
2019년에 개봉한 전작 [조커]는 워너브라더스에게 보물 같은 작품이었다.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들이 죽을 쑤는 시점에 대중과 평단을 모두 만족시킨 대단한 작품이었다. [조커]가 흥행하지 못했다면 [더 배트맨]의 제작이 무산되었을지도 모른다. 코미디를 주로 만들던 토드 필립스 감독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 계기이기도 하다.
5년 만에 돌아온 속편인 [조커: 폴리 아 되]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토드 필립스 감독이 제작, 연출, 각본을 모두 맡았다. 레이디 가가가 할리 퀸 역으로 조인했다. 아마도 감독이 제작자로서 [스타 이즈 본]을 함께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커와 애증의 관계이면서 보통 조커에게 이용당하는 캐릭터인 원작의 할리 퀸을 어떻게 등장시킬지 궁금했다. 그대로 나온다면 음울하고 무거운 톤의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본 대부분의 DC 애니메이션에서도 할리 퀸은 밝은 분위기인 에피소드에서 등장한다.
영화는 코믹스 스타일의 만화로 시작한다. 아서 플렉과 조커가 서로 주도권을 놓고 다투다 경찰에게 붙잡힐 때가 되어서야 하나가 되는 스토리. 작품의 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유추할 수 있는 시작이다. 전편의 사건으로 인해 아캄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아서 플렉은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살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조커를 동경하는 리 퀸젤을 만나 웃음을 되찾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법원이다. 법원 밖은 조커의 지지자들로 가득하다. 아서의 변호사는 아서가 이중인격임을 주장하고 검사 측은 사형을 구형하기 위해 반론을 펼친다. 생기가 없던 아서는 리의 응원과 함께 다시금 조커가 되어간다. 조커 분장을 하고 법원에 출두하니 리도 지지자들도 아캄 수용소 죄수 동료들도 좋아한다. 아서가 선에서 멀어질수록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사랑받는 상황이 되었다. 약자들의 분노를 대신 표출해 주는 사회적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아서는 자신의 바람과 다르게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으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변호사를 해고하고 법원에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 아서가 수용소로 돌아가자 그가 생방송에서 모욕한 간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힘껏 두들겨 맞고 독방에 갇혔는데 그와 친하게 지내던 죄수 동료가 조커를 옹호하다가 간수에게 죽고 만다. 아서는 친구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꼈는지 웃음을 멈춘다.
친구의 죽음 때문인지 아서는 법원에 가서 돌연 자신의 죄를 인정해 버린다. 아서가 아닌 조커를 사랑했던 리는 곧장 등을 돌리고 떠난다. 배심원은 죄를 인정했음에도 유죄 판결을 내린다. 착하게 살기로 결심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진 것이다. 이게 무슨 코미디냐는 듯 아서는 미친 듯이 웃는다. 리에게도 버려진 아서는 조커가 되려는 다른 죄수에게 칼에 찔려 죽으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조커와 할리 퀸의 이야기를 보러 온 관객에게 토드 필립스는 아서의 삶을 보여주는 의아한 선택을 했다. 뮤지컬 장면이 많아서 난잡한 구석도 없지 않다. 이런 스토리를 보려고 극장까지 찾아온 관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갱생을 선택한 아서의 불행한 최후를 보여주어 현실성을 높이고 사회 비판을 극대화한 점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매력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내러티브와 별개로 연출과 연기는 매우 훌륭했다. 호아킨 피닉스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정신이 불안정한 아서를 완벽하게 연기해 냈다. 아서가 누군가를 응시할 때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어서 불안하게 만든다. 레이디 가가의 노래는 당연히 정말 좋았다. 뮤지컬 영화를 하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싶다.
아서가 조커가 되는 과정을 그려낸 이 시리즈는 조커를 다시 아서로 되돌려놓으며 끝맺는다. 구성 측면에서는 깔끔한 마무리로 볼 수 있겠지만 매력을 잃어버렸다. 쉽게 직진하면 될 걸 굳이 유턴해서 돌아갈 필요가 있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