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2018)
동명의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김태리 주연의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원작보다는 좀 더 친절하지만, 좀 더 시끌벅적하다. 주변 인물들을 통해 주인공의 배경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갈등의 원인인 엄마와의 관계도 빠르게 풀어나가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두 편이었던 원작의 분량을 한 편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많이 보였다. 전개가 빠른 것은 장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했다. [리틀 포레스트]의 매력은 내러티브가 아니라 느림의 미학과 그 결실에서 나오는데 말이다.
원작의 장점 중 하나는 사물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사람이 지극히 적게 나오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지고 주인공의 행동에 눈을 고정하게 된다. 이 작품도 후반부에서야 그런 느낌을 주지만 그전까지는 사람이 너무도 많이 나와서 지친다. 그것이 현실적이고 한국적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기는 하다. 농촌에서 혼자서만 살기는 결코 쉽지 않을테니.
이 작품은 배우 김태리를 알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선정적인 장면이 많았던 [아가씨]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빠르게 지는 별이 될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니 괜한 우려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에 잘 녹아들었다. 극 중에 은숙이와의 갈등 장면이 특히 인상적. 그녀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다.
언제나 리메이크는 원작보다 부족하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한국화를 표방하며 농촌 로맨스로 풀어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꽤 큰 성공이라고 본다. 평도 제법 좋은걸보니 이제 로맨스에 사활을 거는 행태는 좀 줄여도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