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eview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

Joonki 2018. 2. 17. 01:05
반응형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 중 2위에 올랐던 왕가위 감독의 작품, [화양연화]를 봤다.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처음 접하지만, 그의 명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극강의 미장센과 훌륭한 감정묘사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양조위와 장만옥의 연기 또한 대단하다.


화려한 미장센과 달리 굉장히 절제된 연출을 보여주는 점이 신선했다. 대부분의 시퀀스가 집 근처를 배경으로 하고, 인물들의 대사도 별로 없다. 심지어 주인공들의 각 배우자는 얼굴조차 비추지 않는다. 이러한 연출은 불륜의 피해자가 된 두 주인공이 서로를 멀리 하려는 심리와 궤를 같이 한다. 이 때문에 후반부까지 그들은 스킨십은 커녕 손도 잡지 않는다.


이 작품을 보면서 든 생각은 한편의 시 같다는 것이었다. 비가 내릴 때마다 관계가 진전된다거나, 음악이 나올때마다 주인공들이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등 마치 시의 운율처럼 반복되는 장면이 많았다. 보통 이런 식이면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이런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이 큰 재미였다. 러닝타임이 짧은 것이 큰 이점이었다.


인상적인 장면들이 매우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두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는 위에 있듯이 두 남녀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배우자들이 외도를 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서로의 배우자들이 좋아하는 식성으로 식사를 해주는 모습은 정말 먹먹하고 슬프다. 후반부에 양조위가 유적에서 속삭이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인 씬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 영화를 보는 눈이 한단계 성숙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미장센이나 감정 묘사에는 굉장히 무뎠었는데 조금이나마 그 점이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 왕가위 감독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