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eview

혹성탈출: 종의 전쟁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2017)

Joonki 2017. 8. 2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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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트릴로지 마지막 편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봤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작을 훌륭히 연출한 맷 리브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덕에 안정적이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유인원들을 통하여 인간에 대한 비판적인 메세지를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시미안 플루가 인간을 퇴화시킨다는 설정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메세지에 무게를 더하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오리지널 시리즈와 연결고리를 보다 더 매끄럽게 만드는 중요한 소재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작품 자체에는 실망이 정말 컸다. 우선은 전작과 같은 인간과 유인원의 대규모 전투씬을 원했는데 초반부 말고는 제대로 된 전투 장면이 없었다. 인간들 사이의 전쟁이 주가 된 탓에 유인원들은 그저 인간들이 실수하기를 기다리는 조금 똑똑한 동물 집단이 될 뿐이었다. 동물판 [쇼생크 탈출] 혹은 [노예 12년]인 셈이다. '종의 전쟁'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는 스토리이다.


각본의 완성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옥에서 유인원들이 다 빠져나갈 동안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꼬마아이가 요새 정문으로 걸어와서 걸어다녀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보초는 제대로 서고 있는 장면이 여러번 보여줬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이용해 군인 집단은 유인원들보다는 적군을 더 신경쓴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해서 탈출 과정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보이긴 하지만 전혀 충분치않다고 느껴졌다. 악명 가득한 군대의 대장이란 사람이 그동안 감옥에 없던 인형을 보고 그냥 넘어가질 않나... 전체적으로 나사가 덜 조여진 느낌이다.


가장 최악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상대편 인간군이 시저를 보고 사살하려 하지만 눈사태가 일어나서 인간군은 다 죽고 유인원은 살아남아 '약속된 땅'으로 간다. 이 얼마나 편한 전개인가. 두 번의 폭발로 인해 눈사태가 생긴 거라고 한다면 물론 일리가 있지만 작품 속에서 이렇다 할 설명도 없고 큰 의미도 없어보인다. 이 결말 때문에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 무리는 그저 운 좋게 목숨을 부지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시저의 고결한 성품이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모습을 기대했었고, 종간의 치열한 혈투를 통한 승자독식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맷 리브스 감독은 종의 전쟁을 자연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사투로 정의하고 이야기를 풀어낸 듯하다. 시저의 선택이 유인원의 생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결국 이를 결정하는 것은 자연이자 우연인 것이다. 허망하지만, 훨씬 현실적이다.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내 바람과 달라 매우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프리퀄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오리지널 스토리와의 빈 공간을 잘 메웠으니 리부트를 하면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감독도 감독이지만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앤디 서키스가 아카데미 상을 받을 날을 기원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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