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The Amazing Spider-Man 2, 2014)
전작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별로였다. 최초의 현실적인 히어로무비라고 할 수 있는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는 180도 다른 하이틴 영화를 표방한 것이 전혀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히어로물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비슷한 류의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 나온 영화들은 퀄리티마저 좋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이제는 히어로와 하이틴의 결합이 블루오션이 되었다. 그 신선함 때문에 이 작품을 기다렸던 걸지도 모르겠다.
캐스팅 또한 신선했다. [크로니클]에서 호평을 받은 데인 드한이 해리 오스본으로 출연시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연기도 외모도 [스파이더맨 3]의 제임스 프랑코보다 훨씬 좋았다.
트레일러에는 메인빌런이 다수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 메인 빌런 한명이 있고 나머지가 감초 역할을 해주는 역할이었는데, 역시 빌런이 여러명이라 지루함을 좀 덜어주긴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주인공과 관련된 메인 스토리 전개와 빌런들 탄생까지 다뤄서 스토리가 좀 난잡해진 것 같다. 초반에 자경단 딜레마를 다뤄 무거운 스토리를 기대해봤으나 더 진행이 없어 아쉬웠고 러닝타임이 좀 길어 중반부가 약간 지루했던 것도 단점이었다.
하지만 시각적, 청각적으로 정말 엄청나게 즐거웠다. 스파이더맨 특유의 속도감과 활강 액션이 3D의 장점을 흡수해 스릴감이 넘쳤다. 평소 '타도 3D'를 주창해왔지만 이번만큼은 3D 포맷으로 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또한, 메인 빌런인 일렉트로와 관련된 시각효과도 인상깊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희한하게도 음악적인 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선곡과 배치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일렉트로가 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에 덥스텝을 깔아놓은 것은 감탄 그 자체였다. Phillip Phillips의 Gone, Gone, Gone이 삽입된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엔딩크레딧이 내려갈 때 음악 감독이 누군지 찾아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알고보니 한스 짐머... 역시...
블록버스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속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P.S.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의 로맨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 엠마 스톤은 [Easy A] 같은 영화에 좀 더 나와줬으면.. ㅜㅜ